A1. 서울가드닝클럽을 소개할 때, 도심 속의 아웃도어 활동이라고 해요. 가드닝은 생각보다 굉장히 액티브한 활동이고, 신체를 많이 사용해야 하거든요.
Q2. 서울가드닝클럽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A2. 도심 내의 다양한 그린 스페이스를 만들어요. 도심지 곳곳에, 모두에게 가까운 곳에 자연의 공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유동적으로 자기만의 식물을 가꿀 수 있는 정원 셰어링 형태의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죠. 한 칸 한 칸의 플랜터를 분양 받아서 평소에 심어보고 싶었던, 궁금했던 식물들을 경험해볼 수 있어요.
Q3. 주로 어떤 사람들이 서울가드닝클럽을 찾아오나요?
A3, 누가 이미 만들어 둔 공간을 소비하기 보다는 조금 더 자신의 공간에 자기만의 정체성을 불어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와요. 건축가나 공간 디자이너, 문화 기획자 같은 직종의 사람들이 즐겨 찾죠.
Q4. 'Labor, Work, Action.’ 서울가드닝클럽의 슬로건이 독특하네요.
A4.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영향 받은 슬로건이에요. 인간적 삶의 조건이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이라고 정의하는 내용인데 제가 느끼는 가드닝이 그 세 가지 조건을 잘 충족시키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가 도시에 살면서 식물을 가꾸는 일 자체가 자연과 연결되는 값진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만들어낸 자연으로 도시의 환경에 직접 개입해보고,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요. 그 모든 과정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웃과 도시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고 믿고 있어요.
Q5. 넓게 펼쳐진 불규칙한 자연의 풍경과, 직접 만든 가꾸어진 자연의 모습은 굉장히 다르긴 해요. 그 두 자연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A5, 가드닝은 일상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문화라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해야만 볼 수 있는 그런 자연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나의 근거리에서 항상 함께할 수 있는 일상성의 자연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Q6. 가드닝은 자연을 단순히 감상하는 차원이 아니라, 직접 시간을 들여 들여다보고 만들며 경험하는 복합적인 활동이에요.
A6. 흙과 식물의 뿌리, 햇볕처럼 식물이 자라는데 영향을 주는 자연물을 비롯해 식물과 공생하는 여러 균이나 벌, 나비 등의 존재들까지. 식물을 키우다 보면 그 모든 자연의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확실히 느껴요. 결국에는 그 연결성을 위배하는 행위를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죠. 작은 식물을 가꾸면서 지구에 살아가는 동등한 존재로서의 윤리 같은걸 깨닫기도 하고요.
Q7. 식물을 심고, 키우고, 가꿔 정원을 이루는 작업을 하면서는 어떤 기분이 드나요?
A7. 식물의 지상부가 누렇게 되어 죽은 모습을 하는 기간을 월동 과정이라고 해요. 우리나라 식물들은 한국의 겨울을 견딜 수 있어서 지상부는 죽지만 뿌리는 살아있어요. 겨울이 지나 죽은 듯이 웅크리고 있던 나무 끝에 초록빛이 보이면서 다시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 순간에 감동을 느껴요. 가지치기 하는 과정도 좋아해요. 이 식물의 생장 원리를 잘 이해하면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로 잘라줄 수 있어요. 그때 뿌듯함을 느끼죠.
Q8. 가장 이상적인 가드닝의 형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8. 아름답고 유용한 정원.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연의 원리를 배우며 자연물의 연결성을 느끼게 하는 정원이요.
Q9. 가드닝 작업에 대한 영감을 받기 위해 원형의 자연 속으로 떠나기도 하나요?
A9. 다듬어지지 않은 숲 속의 공터 같은 공간을 좋아해요. 나무 사이로 햇볕이 스며들어서 이름 모를 수많은 잡초들이 자라 나있는 그런 곳이요. 누구도 개입하지 않은 그야말로 아주 자연스러운 자연의 상태요. 가드닝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연출’이라는 말에 대해 고민할 때가 많아요. 자연과 연출은 그야말로 상반되는 단어이니까요. 자기의 습성 대로 자라나는 상태를 자연이라고 하는데, 연출은 그 습성을 인위적으로 재배치하는 작업이죠.
Q10. ‘자연스러운 연출’. 생각할수록 흥미로운 말이네요. 서울가드닝클럽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A10. 가드닝을 통해 자연을 다루고 즐긴다는 것은 자연의 연결성을 이해하고 회복한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 순수한 노동을 통해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 사람과 도시와의 연결, 도시와 자연 간의 연결 등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를 바라면서요.
1천3백원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서울시 성동구 송정동에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그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할 1유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 집주인에게 1유로를 주고 3년간 빌린 코끼리 빌라가 새 단장을 마쳤다. 핫플레이스인 성수동과 인접해 있고, 이제 곧 벚꽃으로 물들 중랑천이 가까이 흐르고 있다.
따스한 햇살이 봄을 어렴풋이 내보이던 월요일 점심, 1유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송정동 코끼리 빌라를 찾았다. 1유로 프로젝트는 순수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도시 상생 프로젝트다. 도심 속 비어 있던 오래된 건물을 건물주에게 단 1유로만 주고 빌려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사업이다. 깔끔하게 새 단장을 마친 코끼리 빌라는 갓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듯 싱그러운 기운이 완연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복도를 걸으며 몇 동 몇 호로 불렸을 각각의 방을 상상하면서 입점 브랜드를 살피고 있었다. “오셨어요?” 막 운동을 마치고 온 듯한 흰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남자가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1유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로칼 퓨처스(오래된 미래 공간 연구소)의 최성욱 대표다. 그는 친환경 브랜드 ‘베러얼스’와 함께 지역주민, 인근 브랜드, 타 지역 일반인과 플로깅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플로깅은 조깅하면서 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말한다. 이번이 2회 차고, 송정동 일대를 뛰며 배수구 주변 담배꽁초를 주웠다고 말했다. 이번에 참여한 타 지역 일반인 중에는 평택에서 일부러 찾아온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월요일 대낮부터 쓰레기 줍자고 저 멀리 평택에서 여기까지 오는 사람이 있다고요?’ 묻고 싶었지만 건네준 음료를 마시며 그 질문까지 삼켰다. 한껏 상기된 그의 얼굴에서 옅게나마 뿌듯함과 자부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 서울 가드닝 클럽이 운영하는 공유 정원. 번호가 적힌 각각의 플랜터가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 건물 뒤편에 위치한 보마켓은 지역 고유의 특성을 존중하는 로컬 마켓을 지향한다.
▲ 금방 플로깅을 다녀온 로칼 퓨처스 최성욱 대표.
최성욱은 건축가이자 네덜란드에서 도시 재생을 공부한 사람이다. 서울시에 소속되어 지난 6년간 도시 재생 공공사업을 실행했다. 그랬던 그가 작년 2022년 4월 퇴사하고, 그로부터 7개월 만에 이룬 것이 1유로 프로젝트다. “제가 진정 바랐던 도시 재생은 공공사업으로는 이룰 수 없었어요. 많은 한계에 부딪히곤 퇴사를 결심했죠. 동시에 제가 직접 도시 재생 사업을 주도하면 적어도 무언가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을 거라 확신했어요.” 그는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함으로써 좋은 사람과 좋은 도시, 더 나아가 좋은 세상을 만들기를 꿈꾼다. 사람들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면, 자연적으로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과 영향력에 동의하는 착한 건물주와 여러 브랜드가 모여 가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오래된 도시에 지속가능한 활성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1유로 프로젝트다.
이곳 코끼리 빌라의 임대료는 1유로 약 1천3백원, 계약 기간은 총 3년이다. 최성욱 대표는 비어 있는 오래된 집을 찾아 다니며 지금의 집주인을 만났다. 지금껏 한국에서는 비슷한 사례조차 없었기 때문에 외국의 사례를 들어 1유로 프로젝트의 취지를 이해시키고, 이 사업을 진행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가치 소득에 대해 설명하는 등 집주인을 설득하는 과정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집주인은 3년간 건물을 빌려줄 경우 노후화된 건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면 인근 상권까지도 함께 개발되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치도 높아지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행히 코끼리 빌라 집주인이 1유로 프로젝트와 뜻을 함께했고, 최성욱 표는 계약과 동시에 프로젝트를 함께할 브랜드를 모집했다.
“브랜드 선정 기준은 ‘이들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사람들이 경험한 이후 바뀐 이 상상이 가는가?’였어요. 지역 환경과 주민 그리고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살폈어요.” 그렇게 최종 선정된 17개의 브랜드는 3년간 건물에 대한 보증금과 임대료 없이 1유로 프로젝트에 입점할 수 있다. 조건은 단 하나, 일주일에 한 번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시그니처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 각 브랜드 성격에 맞게 지역주민이나 방문객을 대상으로 요가 수업이나 쿠킹 클래스, 드닝 등을 소개하고 경험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오전에 있었던 플로깅도 시그니처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고 했다.
건축가 출신다운 감각적인 공간 설계 또한 보는 재미를 더했다. 벽을 뚫거나 가벽을 세워 마치 건물 안에서 골목 같은 동선을 구현한 것이다. 브랜드를 일렬로 줄 세운 단조로운 구성보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브랜드 공간을 방문객이 찾아다니게끔 유도했다. 최성욱 대표는 지하 1층부터 3층 루프톱까지 유동적으로 연결되는 건물에 대한 설명과 브랜드 소개를 이어갔다. “폐허나 다름없었던 당시의 사진을 건물 곳곳에 붙여놨어요. 보는 것처럼 계단 난간이나 타일 등 옛 건물에 대한 단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이 프로젝트의 성격을 손님들에게 끊임없이 인식시키려는 의도예요.” 설명을 들으면서 계속해서 계단을 올랐다. 그를 따라간 루프톱에는 ‘서울 가드닝 클럽’이 있었다. 이 브랜드는 정원이 도시와 사람들의 일상에 생기를 더할 수 있다고 믿는 플랫폼으로 스포츠처럼 조경을 할 수 있도록 옥상에 공유 정원을 설치했다. 텃밭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플랜터를 멤버십 가입자에게 분양하고, 채소나 허브가 자라면 수확해서 같이 요리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베러얼스.
2층 복도 끝에 위치한 ‘베러얼스’는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면서, 1유로 프로젝트와 지역주민을 위한 지속가능한 삶의 방법을 직접 시범해 보여준다. 1유로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각종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제로웨이스트 정책과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를 주도적으로 모아 자원 재순환을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물을 정수할 때 사용하는 브리타 필터는 9개가 모이면 본사에 재활용 신청을 할 수 있는데, 9개를 모으는 1년의 시간 동안 필터를 각 가정에서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착안해 베러얼스가 지역의 거점이 되어 동네 주민들의 브리타 필터를 대신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플라스틱 병뚜껑은 열쇠고리로, 우유팩과 테트라팩은 구청에서 휴지로 교환해 필요한 곳에 나누기도 한다. “각각의 브랜드가 실천하는 프로그램이 지역의 풍경을 바꾸기도 해요. 1층에 자리한 ‘런더풀’은 서울에 있는 1000여 개 러닝 클럽 크루의 사랑방이에요. 아침이면 이곳에 모여 짐을 맡기고 건물 앞에서 몸을 풀어요. 바로 옆에 중랑천이 있어 일반 러너들에겐 휴게소가 되어주기도 하죠. 이는 지역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해요.”
설명을 듣는 내내 어색할 정로도 이상적인 이야기뿐이어서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과연 돈이 될까?’ 이건 공공사업이 아니다. 철저하게 민간 사업이고, 로칼 퓨처스의 개인 사업이다. 지역과 상생하면서도 브랜드는 성장을 이뤄야 하고, 환경문제와 도시 재생의 목적도 소홀해선 안 된다. 이 모든 걸 지키면서 돈도 벌어야 한다. 최성욱 대표는 이런 나의 궁금증을 알아챈 듯 말을 이어갔다. “이상과 현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엄청난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의 경험을 투자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저희가 꿈꾸는 이상적인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실행하는 데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사람들이 이 사업을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저들이 하는 일들이 세상에 도움이 된대’ 정도만 알아줘도 너무 감사해요.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이 사업도 더욱 단단해질 테니까요.” 1유로 프로젝트는 로칼 퓨처스의 정체성이 담긴 사업이다. 큰돈은 벌 수 없지만 꾸준히 지속하고 싶은 사업이고, 이 사업으로 만들어질 네트워킹이 자신들의 자산이라 믿으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계속 끼치고 싶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하며 돌아선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두 마리 토끼를 쫒는 그의 이상과 러닝복 차림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머지않아 그가 꿈꾸는 세상이 내가 사는 도시와 우리 동네에도 펼쳐지길 기대한다.
오래된 주거 단지가 자리한 성동구 송정동의 조용한 골목 사이, 한 건물 안에 제각기 다른 개성의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유기농 식재료점과 비건 제품을 파는 편집숍, 쿠킹 스튜디오까지. ‘1유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올해 1월부터 건축가 그룹 ‘오래된미래공간연구소’의 기획 하에 시작된 도시 공생 프로젝트다. 3년여간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들이 이 공간을 꾸려갈 계획이다. 옥상으로 올라가면, 초봄을 맞아 식재를 기다리는 식물들이 줄 서있다. ‘그린라이프플랫폼’을 표방하는 서울가드닝클럽의 아지트다. 서울가드닝클럽의 이가영 대표를 만나, 정원이 있는 삶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송정동 코끼리빌라의 맨 꼭대기층에 자리한 서울가드닝클럽의 공유정원
Q. 서울과 가드닝, 그리고 클럽. 직관적인 이름의 플랫폼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A. 광고업계에서 일하며 공간 관련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점점 관심사가 도시와 식물로 나아갔다. “에어비앤비처럼 정원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퇴사 후 환경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작업실 옥상에서 식물을 기르다가 이 생각이 떠올랐고, ‘공유정원’을 실현하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SNS에 꾸준히 업로드하며 함께 키울 멤버를 모집한다고 글을 올리자, 신기하게 모르는 사람만 15명이 모였다. 심지어 유료였는데도. 이렇게 각종 허브와 야생화를 소개한 것이 서울가드닝클럽의 시작이었다. 현재는 조경 전문가, 가드너, 브랜드 마케터 등 직원들과 함께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멤버십을 운영하며 이곳 1유로프로젝트와 상도동 핸드픽트호텔 옥상에 공유정원을 운영하고, 기업이나 학교 등의 공간에 단지 조경디자인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정원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을 컨설팅한다. 때때로 자연과 관련된 업을 이어가는 전문가들을 모아 ‘그린 칼라(Green Collar)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컨퍼런스도 열고 있다.
Q. 서울가드닝클럽의 멤버가 되면 어떤 활동을 하나?
A. 번호가 쓰인 포트를 하나씩 배정받고 3개월 동안 식물을 키우는 법을 배우게 된다. 꽃나무를 분갈이하는 법부터 로메인, 타임, 핑크세이지 같은 허브를 심고 수확하기까지. 이따금 이곳에서 수확한 허브로 아래층 쿠킹 스튜디오에서 클래스를 열기도 하고, 옥상에서 다 같이 요가를 하는 프로그램도 열 계획이다. 또한 ‘컴패니언 플랜팅’에 대해서도 연구하는데, 한 포트 안에 서로 생장에 상호보완적인 식물을 함께 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토마토와 바질을 같이 심으면 따로 약을 쓰지 않고도 둘 다 맛이 좋아지고 잘 자란다. 무와 시금치를 가까이 심으면, 시금치에 꼬이는 벌레가 쓸모없는 무잎을 먹는 식이다. 화학 약품을 쓰지 않고도, 자연과 가까운 농법으로 작물을 키울 수 있는 과학적인 개념이다.
Q. 정원을 가꾸는 건 많은 노동이 드는 일인데, 멤버들은 어떤 반응인지 궁금하다.
A. 조그마한 공간도 자기 소유가 되면 지나갈 때마다 들여다보게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가드닝 클래스를 열면 사람들이 원데이 클래스를 선호했는데, 요즘에는 3개월이 지나도 더 깊이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관점에서 가드닝을 바라볼 때 과거에는 ‘스타일’에 방점이 찍힌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라이프’에 집중하는 느낌이랄까. ‘삶에 필요한 요소이고, 직접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느끼며 평생 취미로 배우겠다는 이들이 늘어났다. 연령층도 동물권을 공부하는 20대, 제2의 직업을 찾기 위한 30대, 소유한 땅을 제대로 가꾸고 싶어하는 40~50대까지 다양하다.
멤버들의 가드닝 도구
Q. 흔히 가드닝을 두고 ‘출구 없는 취미’ 라고 말한다. 이유가 무엇인가?
A. 식물은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보니,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아이가 한국의 실내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수십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어떤 환경에 놓이냐에 따라 적응 과정과 성장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도 식물의 생장에 대해 다 안다고 단언할 수 없다.
Q. 서울은 주거 형태 가운데 특히 주택이 부족하기에 정원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나?
A. 서울에 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 주택 등 공동 주거가 발달한 이유는 모든 공간이 공급자 위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거주자들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거리가 먼, 만족스럽지 않은 주거 환경이어도 ‘참다 보면 값이 오를 거야’ 하면서 문제의식 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삶에 더 많은 녹지가 필요하다는 걸 몸소 경험해보면, 조그마한 파장이 생긴다. 그 파장이 지속되면 공급자에게 닿을 것이고, 결국 다른 형태의 주거 환경을 요구하는 흐름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Q. 그게 ‘그린 디벨롭먼트’의 개념인 걸까?
A. 자연을 중심에 두고 도시를 개발하는 일, 이는 결국 건물주가 방치된 건물의 가치를 올리는 데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도시 전체의 가치를 바꾼다는 것이 ‘그린 디벨롭먼트’의 지향점이다. 1백 살까지 사는 시대에 한 가지 형태의 주거 환경에 사는 일은 너무 단조롭지 않을까? 우리가 나이 들고 나면, 지금과 다른 니즈가 도시 계획에 반영되길 상상하며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멤버 중 한 명은 가드닝에 빠져 얼마 전 테라스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고, 나 역시 서울 근교의 주택으로 이사해 정원을 가꾸고 있다. 또 이 공간을 오픈한 뒤 공유 오피스나 주거 브랜드, 스타트업에서 협업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일일이 건물주분들을 찾아다니며 공유정원에 대해 설명한 적도 있지만 크게 공감을 얻진 못했는데, 이제 사람들이 이 가치에 더 관심을 갖게 됐구나 체감하고 있다.
Q, 공유정원 이외에도 학교와 은행 등 다양한 공간의 조경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무엇인가?
A. 우리가 추구하고 잘할 수 있는 건 통합적인 플래닝이다. 그래서 식재 종류를 정할 때,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까지 고민한다. 얼마 전 경남 진주의 봉원중학교에 생태 교육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다. 학생 수가 줄어 학교에 빈 공간이 많이 생기다 보니, 운동장과 중정은 물론 교실을 식물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맡았다. 모든 아이들과 선생님을 인터뷰해 식물 관리는 어느 수준까지 가능할지, 아이들이 식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묻고 그 결과를 반영해 건축가와 함께 디자인했다. 또, 이전에 학교 한편에 자리한 텃밭에는 선생님의 기호대로 식물이 심겨 있었는데, 그곳에 바질이나 당근을 심어 아이들이 피자를 만드는 클래스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식으로 방법을 제안했다. 우리가 진주에 내려가 공간을 관리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역에서 식물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는 활동가들을 모집해 이 프로젝트가 더욱 기억에 남는다.
왼쪽부터 김현아 가드너, 이가영 대표, 양재호 브랜딩 전문가, 권오은 조경가
Q, 도시 전문 미디어 ‘요즘 도시’를 선보이며 두 권의 매거진을 냈다.
A. 해마다 1권, 매년 봄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까지 두 권을 냈다. 첫 번째 주제는 팬데믹 기간 동안 달라진 도시 환경을 담은 ‘뉴노멀 시티’, 두 번째는 앞으로 살아갈 다음 세대를 위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시티’. 저희가 기획하고 서울대학교 산학협력프로젝트로 일부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도시의 변화를 주도하는 체인지 메이커들을 소개해왔다. 세 번째 책의 주제는 ‘스몰 시티’로 정했다.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집에서 15분거리 안팎, 동네 생활권을 도시의 범주로 여기는 현상을 담을 예정이다. 노키즈존 대신 아이들을 환영하는 사례처럼 ‘스몰’이라는 관점을 다층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아직 기획만 해두고 진행을 못하고 있다. (웃음)
Q. 당신의 사적 정원은 어떤 모습인가?
A. 집 앞에 아주 작은 숲을 만들고자 했다. 진달래, 산딸기나무처럼 작은 키의 관목을 좋아해 심었는데, 이 나무들은 오랜 시간 천천히 자라기에 차분히 성장 과정을 지켜보기 좋다. 수선화, 무스카리처럼 봄에 꽃이 피는 구근 식물도 심고 싶은데, 반려견을 기르게 되어서 올해는 심기 어려울 것 같다. 개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정원을 연구 중이다.
Q. 오늘은 멤버들과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A. 갈대, 산억새 등 한겨울에 잎이 얼어붙고 말라버린 식물들의 잎을 잘랐다. 초봄에 마른 잎을 잘라줘야 머지않아 새순이 푸릇하게 올라온다. 또, 촬영 날이 마침 국제 여성의 날이기에 곧 크루들과 기념하려고 한다. 빵과 참정권을 뜻하는 꽃 대신, 라넌큘러스를 화분에 심어 나눠주려고 준비하고 있다.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A. 정원은 식물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 간의 관계를 이어줄 수 있고, 식물 곁에서 운동을 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등 다양한 활동의 기반이 된다. 도시인들에게 필요한 형태의 공간이라 생각한다. 모두 작지만 자신만의 정원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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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드닝클럽이 '그린 디벨롭먼트'를 주제로 SPI(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에 에디터로 참여한 시리즈 아티클입니다.
2023.05.10
출처 :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https://seoulpi.io/article/109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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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생태계를 만드는 도시숲, 시애틀 '비컨 푸드 포레스트'
서울가드닝클럽이 '그린 디벨롭먼트'를 주제로 SPI(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에 에디터로 참여한 시리즈 아티클입니다.
2023.04.21
출처 :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https://seoulpi.io/article/109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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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을 위한 자연주의 정원
▲ 나이젤 던넷의 밸리가든 / 사진 = Edwared Bishop
서울가드닝클럽이 '그린 디벨롭먼트'를 주제로 SPI(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에 에디터로 참여한 시리즈 아티클입니다.
2023.04.01
출처 :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https://seoulpi.io/article/109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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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도시정원, 독일 클라인가르텐
서울가드닝클럽이 '그린 디벨롭먼트'를 주제로 SPI(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에 에디터로 참여한 시리즈 아티클입니다.
2023.03.10
출처 :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https://seoulpi.io/article/109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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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라이프스타일 도시, 싱가포르
서울가드닝클럽이 '그린 디벨롭먼트'를 주제로 SPI(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에 에디터로 참여한 시리즈 아티클입니다.
2023.02.24
출처 :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https://seoulpi.io/article/109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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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스페이스가 만드는 커뮤니티 도시, '미시온 락 디벨롭먼트'
서울가드닝클럽이 '그린 디벨롭먼트'를 주제로 SPI(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에 에디터로 참여한 시리즈 아티클입니다.
2023.02.10
출처 :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https://seoulpi.io/article/10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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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시티파크, 시부야 도심의 아웃도어 라이프를 설계하다
서울가드닝클럽이 '그린 디벨롭먼트'를 주제로 SPI(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에 에디터로 참여한 시리즈 아티클입니다.
2023.01.27
출처 :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https://seoulpi.io/article/10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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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정원을 갖는 방법, 서울가드닝클럽의 공유정원
서울가드닝클럽 공유정원이 '코오롱'에 소개되었습니다 :)
2023.05.13
출처 : 코오롱 (https://www.kolonmall.com/Special/23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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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만드는 자연, 서울가드닝클럽
Q1. 가드닝이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범주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A1. 서울가드닝클럽을 소개할 때, 도심 속의 아웃도어 활동이라고 해요. 가드닝은 생각보다 굉장히 액티브한 활동이고, 신체를 많이 사용해야 하거든요.
Q2. 서울가드닝클럽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A2. 도심 내의 다양한 그린 스페이스를 만들어요. 도심지 곳곳에, 모두에게 가까운 곳에 자연의 공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유동적으로 자기만의 식물을 가꿀 수 있는 정원 셰어링 형태의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죠. 한 칸 한 칸의 플랜터를 분양 받아서 평소에 심어보고 싶었던, 궁금했던 식물들을 경험해볼 수 있어요.
Q3. 주로 어떤 사람들이 서울가드닝클럽을 찾아오나요?
A3, 누가 이미 만들어 둔 공간을 소비하기 보다는 조금 더 자신의 공간에 자기만의 정체성을 불어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와요. 건축가나 공간 디자이너, 문화 기획자 같은 직종의 사람들이 즐겨 찾죠.
Q4. 'Labor, Work, Action.’ 서울가드닝클럽의 슬로건이 독특하네요.
A4.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영향 받은 슬로건이에요. 인간적 삶의 조건이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이라고 정의하는 내용인데 제가 느끼는 가드닝이 그 세 가지 조건을 잘 충족시키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가 도시에 살면서 식물을 가꾸는 일 자체가 자연과 연결되는 값진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만들어낸 자연으로 도시의 환경에 직접 개입해보고,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요. 그 모든 과정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웃과 도시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고 믿고 있어요.
Q5. 넓게 펼쳐진 불규칙한 자연의 풍경과, 직접 만든 가꾸어진 자연의 모습은 굉장히 다르긴 해요. 그 두 자연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A5, 가드닝은 일상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문화라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해야만 볼 수 있는 그런 자연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나의 근거리에서 항상 함께할 수 있는 일상성의 자연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Q6. 가드닝은 자연을 단순히 감상하는 차원이 아니라, 직접 시간을 들여 들여다보고 만들며 경험하는 복합적인 활동이에요.
A6. 흙과 식물의 뿌리, 햇볕처럼 식물이 자라는데 영향을 주는 자연물을 비롯해 식물과 공생하는 여러 균이나 벌, 나비 등의 존재들까지. 식물을 키우다 보면 그 모든 자연의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확실히 느껴요. 결국에는 그 연결성을 위배하는 행위를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죠. 작은 식물을 가꾸면서 지구에 살아가는 동등한 존재로서의 윤리 같은걸 깨닫기도 하고요.
Q7. 식물을 심고, 키우고, 가꿔 정원을 이루는 작업을 하면서는 어떤 기분이 드나요?
A7. 식물의 지상부가 누렇게 되어 죽은 모습을 하는 기간을 월동 과정이라고 해요. 우리나라 식물들은 한국의 겨울을 견딜 수 있어서 지상부는 죽지만 뿌리는 살아있어요. 겨울이 지나 죽은 듯이 웅크리고 있던 나무 끝에 초록빛이 보이면서 다시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 순간에 감동을 느껴요. 가지치기 하는 과정도 좋아해요. 이 식물의 생장 원리를 잘 이해하면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로 잘라줄 수 있어요. 그때 뿌듯함을 느끼죠.
Q8. 가장 이상적인 가드닝의 형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8. 아름답고 유용한 정원.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연의 원리를 배우며 자연물의 연결성을 느끼게 하는 정원이요.
Q9. 가드닝 작업에 대한 영감을 받기 위해 원형의 자연 속으로 떠나기도 하나요?
A9. 다듬어지지 않은 숲 속의 공터 같은 공간을 좋아해요. 나무 사이로 햇볕이 스며들어서 이름 모를 수많은 잡초들이 자라 나있는 그런 곳이요. 누구도 개입하지 않은 그야말로 아주 자연스러운 자연의 상태요. 가드닝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연출’이라는 말에 대해 고민할 때가 많아요. 자연과 연출은 그야말로 상반되는 단어이니까요. 자기의 습성 대로 자라나는 상태를 자연이라고 하는데, 연출은 그 습성을 인위적으로 재배치하는 작업이죠.
Q10. ‘자연스러운 연출’. 생각할수록 흥미로운 말이네요. 서울가드닝클럽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A10. 가드닝을 통해 자연을 다루고 즐긴다는 것은 자연의 연결성을 이해하고 회복한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 순수한 노동을 통해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 사람과 도시와의 연결, 도시와 자연 간의 연결 등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를 바라면서요.
서울가드닝클럽 공유정원이 '메종 마리끌레르'에 소개되었습니다 :)
2023.04.12
출처 : 메종 마리끌레르 강성엽 에디터 (https://www.maisonkorea.com/life/2023/04/%EC%9A%B0%EB%A6%AC-%EB%8F%99%EB%84%A4-%EC%82%AC%EB%9E%91%EB%B0%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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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사랑방
- 지속가능한 움직임 1유로 프로젝트
1천3백원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서울시 성동구 송정동에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그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할 1유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 집주인에게 1유로를 주고 3년간 빌린 코끼리 빌라가 새 단장을 마쳤다. 핫플레이스인 성수동과 인접해 있고, 이제 곧 벚꽃으로 물들 중랑천이 가까이 흐르고 있다.
따스한 햇살이 봄을 어렴풋이 내보이던 월요일 점심, 1유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송정동 코끼리 빌라를 찾았다. 1유로 프로젝트는 순수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도시 상생 프로젝트다. 도심 속 비어 있던 오래된 건물을 건물주에게 단 1유로만 주고 빌려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사업이다. 깔끔하게 새 단장을 마친 코끼리 빌라는 갓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듯 싱그러운 기운이 완연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복도를 걸으며 몇 동 몇 호로 불렸을 각각의 방을 상상하면서 입점 브랜드를 살피고 있었다. “오셨어요?” 막 운동을 마치고 온 듯한 흰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남자가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1유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로칼 퓨처스(오래된 미래 공간 연구소)의 최성욱 대표다. 그는 친환경 브랜드 ‘베러얼스’와 함께 지역주민, 인근 브랜드, 타 지역 일반인과 플로깅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플로깅은 조깅하면서 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말한다. 이번이 2회 차고, 송정동 일대를 뛰며 배수구 주변 담배꽁초를 주웠다고 말했다. 이번에 참여한 타 지역 일반인 중에는 평택에서 일부러 찾아온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월요일 대낮부터 쓰레기 줍자고 저 멀리 평택에서 여기까지 오는 사람이 있다고요?’ 묻고 싶었지만 건네준 음료를 마시며 그 질문까지 삼켰다. 한껏 상기된 그의 얼굴에서 옅게나마 뿌듯함과 자부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 서울 가드닝 클럽이 운영하는 공유 정원. 번호가 적힌 각각의 플랜터가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 건물 뒤편에 위치한 보마켓은 지역 고유의 특성을 존중하는 로컬 마켓을 지향한다.
▲ 금방 플로깅을 다녀온 로칼 퓨처스 최성욱 대표.
최성욱은 건축가이자 네덜란드에서 도시 재생을 공부한 사람이다. 서울시에 소속되어 지난 6년간 도시 재생 공공사업을 실행했다. 그랬던 그가 작년 2022년 4월 퇴사하고, 그로부터 7개월 만에 이룬 것이 1유로 프로젝트다. “제가 진정 바랐던 도시 재생은 공공사업으로는 이룰 수 없었어요. 많은 한계에 부딪히곤 퇴사를 결심했죠. 동시에 제가 직접 도시 재생 사업을 주도하면 적어도 무언가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을 거라 확신했어요.” 그는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함으로써 좋은 사람과 좋은 도시, 더 나아가 좋은 세상을 만들기를 꿈꾼다. 사람들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면, 자연적으로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과 영향력에 동의하는 착한 건물주와 여러 브랜드가 모여 가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오래된 도시에 지속가능한 활성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1유로 프로젝트다.
이곳 코끼리 빌라의 임대료는 1유로 약 1천3백원, 계약 기간은 총 3년이다. 최성욱 대표는 비어 있는 오래된 집을 찾아 다니며 지금의 집주인을 만났다. 지금껏 한국에서는 비슷한 사례조차 없었기 때문에 외국의 사례를 들어 1유로 프로젝트의 취지를 이해시키고, 이 사업을 진행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가치 소득에 대해 설명하는 등 집주인을 설득하는 과정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집주인은 3년간 건물을 빌려줄 경우 노후화된 건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면 인근 상권까지도 함께 개발되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치도 높아지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행히 코끼리 빌라 집주인이 1유로 프로젝트와 뜻을 함께했고, 최성욱 표는 계약과 동시에 프로젝트를 함께할 브랜드를 모집했다.
“브랜드 선정 기준은 ‘이들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사람들이 경험한 이후 바뀐 이 상상이 가는가?’였어요. 지역 환경과 주민 그리고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살폈어요.” 그렇게 최종 선정된 17개의 브랜드는 3년간 건물에 대한 보증금과 임대료 없이 1유로 프로젝트에 입점할 수 있다. 조건은 단 하나, 일주일에 한 번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시그니처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 각 브랜드 성격에 맞게 지역주민이나 방문객을 대상으로 요가 수업이나 쿠킹 클래스, 드닝 등을 소개하고 경험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오전에 있었던 플로깅도 시그니처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고 했다.
건축가 출신다운 감각적인 공간 설계 또한 보는 재미를 더했다. 벽을 뚫거나 가벽을 세워 마치 건물 안에서 골목 같은 동선을 구현한 것이다. 브랜드를 일렬로 줄 세운 단조로운 구성보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브랜드 공간을 방문객이 찾아다니게끔 유도했다. 최성욱 대표는 지하 1층부터 3층 루프톱까지 유동적으로 연결되는 건물에 대한 설명과 브랜드 소개를 이어갔다. “폐허나 다름없었던 당시의 사진을 건물 곳곳에 붙여놨어요. 보는 것처럼 계단 난간이나 타일 등 옛 건물에 대한 단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이 프로젝트의 성격을 손님들에게 끊임없이 인식시키려는 의도예요.” 설명을 들으면서 계속해서 계단을 올랐다. 그를 따라간 루프톱에는 ‘서울 가드닝 클럽’이 있었다. 이 브랜드는 정원이 도시와 사람들의 일상에 생기를 더할 수 있다고 믿는 플랫폼으로 스포츠처럼 조경을 할 수 있도록 옥상에 공유 정원을 설치했다. 텃밭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플랜터를 멤버십 가입자에게 분양하고, 채소나 허브가 자라면 수확해서 같이 요리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베러얼스.
2층 복도 끝에 위치한 ‘베러얼스’는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면서, 1유로 프로젝트와 지역주민을 위한 지속가능한 삶의 방법을 직접 시범해 보여준다. 1유로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각종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제로웨이스트 정책과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를 주도적으로 모아 자원 재순환을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물을 정수할 때 사용하는 브리타 필터는 9개가 모이면 본사에 재활용 신청을 할 수 있는데, 9개를 모으는 1년의 시간 동안 필터를 각 가정에서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착안해 베러얼스가 지역의 거점이 되어 동네 주민들의 브리타 필터를 대신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플라스틱 병뚜껑은 열쇠고리로, 우유팩과 테트라팩은 구청에서 휴지로 교환해 필요한 곳에 나누기도 한다. “각각의 브랜드가 실천하는 프로그램이 지역의 풍경을 바꾸기도 해요. 1층에 자리한 ‘런더풀’은 서울에 있는 1000여 개 러닝 클럽 크루의 사랑방이에요. 아침이면 이곳에 모여 짐을 맡기고 건물 앞에서 몸을 풀어요. 바로 옆에 중랑천이 있어 일반 러너들에겐 휴게소가 되어주기도 하죠. 이는 지역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해요.”
설명을 듣는 내내 어색할 정로도 이상적인 이야기뿐이어서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과연 돈이 될까?’ 이건 공공사업이 아니다. 철저하게 민간 사업이고, 로칼 퓨처스의 개인 사업이다. 지역과 상생하면서도 브랜드는 성장을 이뤄야 하고, 환경문제와 도시 재생의 목적도 소홀해선 안 된다. 이 모든 걸 지키면서 돈도 벌어야 한다. 최성욱 대표는 이런 나의 궁금증을 알아챈 듯 말을 이어갔다. “이상과 현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엄청난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의 경험을 투자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저희가 꿈꾸는 이상적인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실행하는 데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사람들이 이 사업을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저들이 하는 일들이 세상에 도움이 된대’ 정도만 알아줘도 너무 감사해요.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이 사업도 더욱 단단해질 테니까요.” 1유로 프로젝트는 로칼 퓨처스의 정체성이 담긴 사업이다. 큰돈은 벌 수 없지만 꾸준히 지속하고 싶은 사업이고, 이 사업으로 만들어질 네트워킹이 자신들의 자산이라 믿으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계속 끼치고 싶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하며 돌아선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두 마리 토끼를 쫒는 그의 이상과 러닝복 차림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머지않아 그가 꿈꾸는 세상이 내가 사는 도시와 우리 동네에도 펼쳐지길 기대한다.
서울가드닝클럽 공유정원이 '하퍼스 바자'에 소개되었습니다 :)
2023.04.05
출처 : 하퍼스 바자 (https://harpersbazaar.co.kr/article/76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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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이 정원으로 변신! 서울가드닝클럽
- 서울의 옥상을 점유하는 서울가드닝클럽은 '1인 1정원'을 가꾸는 삶을 제안한다.
오래된 주거 단지가 자리한 성동구 송정동의 조용한 골목 사이, 한 건물 안에 제각기 다른 개성의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유기농 식재료점과 비건 제품을 파는 편집숍, 쿠킹 스튜디오까지. ‘1유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올해 1월부터 건축가 그룹 ‘오래된미래공간연구소’의 기획 하에 시작된 도시 공생 프로젝트다. 3년여간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들이 이 공간을 꾸려갈 계획이다. 옥상으로 올라가면, 초봄을 맞아 식재를 기다리는 식물들이 줄 서있다. ‘그린라이프플랫폼’을 표방하는 서울가드닝클럽의 아지트다. 서울가드닝클럽의 이가영 대표를 만나, 정원이 있는 삶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송정동 코끼리빌라의 맨 꼭대기층에 자리한 서울가드닝클럽의 공유정원
A. 광고업계에서 일하며 공간 관련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점점 관심사가 도시와 식물로 나아갔다. “에어비앤비처럼 정원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퇴사 후 환경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작업실 옥상에서 식물을 기르다가 이 생각이 떠올랐고, ‘공유정원’을 실현하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SNS에 꾸준히 업로드하며 함께 키울 멤버를 모집한다고 글을 올리자, 신기하게 모르는 사람만 15명이 모였다. 심지어 유료였는데도. 이렇게 각종 허브와 야생화를 소개한 것이 서울가드닝클럽의 시작이었다. 현재는 조경 전문가, 가드너, 브랜드 마케터 등 직원들과 함께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멤버십을 운영하며 이곳 1유로프로젝트와 상도동 핸드픽트호텔 옥상에 공유정원을 운영하고, 기업이나 학교 등의 공간에 단지 조경디자인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정원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을 컨설팅한다. 때때로 자연과 관련된 업을 이어가는 전문가들을 모아 ‘그린 칼라(Green Collar)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컨퍼런스도 열고 있다.
A. 번호가 쓰인 포트를 하나씩 배정받고 3개월 동안 식물을 키우는 법을 배우게 된다. 꽃나무를 분갈이하는 법부터 로메인, 타임, 핑크세이지 같은 허브를 심고 수확하기까지. 이따금 이곳에서 수확한 허브로 아래층 쿠킹 스튜디오에서 클래스를 열기도 하고, 옥상에서 다 같이 요가를 하는 프로그램도 열 계획이다. 또한 ‘컴패니언 플랜팅’에 대해서도 연구하는데, 한 포트 안에 서로 생장에 상호보완적인 식물을 함께 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토마토와 바질을 같이 심으면 따로 약을 쓰지 않고도 둘 다 맛이 좋아지고 잘 자란다. 무와 시금치를 가까이 심으면, 시금치에 꼬이는 벌레가 쓸모없는 무잎을 먹는 식이다. 화학 약품을 쓰지 않고도, 자연과 가까운 농법으로 작물을 키울 수 있는 과학적인 개념이다.
A. 조그마한 공간도 자기 소유가 되면 지나갈 때마다 들여다보게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가드닝 클래스를 열면 사람들이 원데이 클래스를 선호했는데, 요즘에는 3개월이 지나도 더 깊이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관점에서 가드닝을 바라볼 때 과거에는 ‘스타일’에 방점이 찍힌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라이프’에 집중하는 느낌이랄까. ‘삶에 필요한 요소이고, 직접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느끼며 평생 취미로 배우겠다는 이들이 늘어났다. 연령층도 동물권을 공부하는 20대, 제2의 직업을 찾기 위한 30대, 소유한 땅을 제대로 가꾸고 싶어하는 40~50대까지 다양하다.
멤버들의 가드닝 도구
A. 식물은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보니,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아이가 한국의 실내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수십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어떤 환경에 놓이냐에 따라 적응 과정과 성장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도 식물의 생장에 대해 다 안다고 단언할 수 없다.
왼쪽부터 김현아 가드너, 이가영 대표, 양재호 브랜딩 전문가, 권오은 조경가